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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 일산중심재활병원 대표원장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없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의료 필요도와 지역에 따른 의료기관의 수요와 분포에 대한 청사진이 먼저 있고, 그 필요도에 따라 의료법과 관련 법령으로 규정되어야만 제대로 확립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도입과 함께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을 설정하고, 1차·2차·3차 의료기관간의 기능분담을 시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1998년 지역간 공급 불균형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개혁 차원에서 진료권의 개념이 폐지되면서, 의료법상의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근거가 없어진 상태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간을 둔 요양급여 이용절차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1단계 요양급여와 상급종합병원(2단계) 요양급여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전부다.
요양급여의 절차에 의해 전달체계를 구분한다는 의미는 환자가 지불하는 진료비용에 의해 전달체계가 결정되는 수가 중심의 체계를 의미하며, 이는 곧 필요도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체계를 의미한다.
소비자 중심의 체계라고 하니 얼핏 좋은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완전한 시장체제의 도입이 불가능한 의료의 특성상 건강보험제도에 의해 수시로 정책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더러 정치적 이유에 의해 왜곡되기도 하기 때문에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쉽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1차·2차·3차 의료기관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될지, 그리고 인구대비 지역마다 필요한 1차·2차·3차 의료기관 병상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대로 없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수혜가 돌아가도록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지난 2년간 상급종합병원은 밀려드는 환자에 치여 비명을 지르고 지방의 의료기관들은 환자가 없고 탄식을 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그 사이에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다양하다.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환자 중심 진료기관으로 개편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2019년 9월 4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안의 주요 골자는 ‘대형병원의 경증환자를 줄여 나가고 중증환자 진료를 늘리도록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과 수가를 개편하며,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고, 의사 판단에 따른 의뢰ㆍ회송으로 전달체계를 전환하고, 종이의뢰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즉시 의협 산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TF’(이하 의협단기TF)를 구성하여 대응하였다. 의협은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를 원하는 경증환자를 줄여가는 목적과 취지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세부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의료 현장과의 괴리도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을 지적한 바가 있다.
의협단기TF에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수직 및 수평 의료전달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진료의뢰서 발급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의원급 의료기관의 핵심 진료기능 강화를 대원칙으로 두고, 의원과 일정 소규모 병원급 의료기관간에는 사전 진료의뢰서 작성 의무는 없지만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 제공할 경우 의뢰서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였고, 현재 시행중인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어느 정도 거점병원의 역할을 하는 대형종합병원까지는 반드시 사전 진료의뢰서를 작성하고 진료의뢰서 작성 후 타 기관에 접수된 경우만 의뢰서 비용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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